정리를 시작하기 직전,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순간
정리를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. 옷장은 계절이 바뀌었고, 책상 위는 이미 ‘일단 올려둔 것들’로 작은 산이 됐다. 문제는 ‘정리’가 아니라, 정리를 시작하기 직전에 찾아오는 그 기분이었다.
저는 그 순간이 싫습니다.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고, 잘못 건드리면 더 엉망이 될 것 같고, 무엇보다 “이건 오늘 안에 끝나겠지?”라는 질문에 자신이 없어요. 그래서 저는 자꾸 다른 걸 합니다. 물을 마시고, 휴대폰을 한 번 보고, 갑자기 먼지부터 닦고, 쓰레기봉투를 먼저 찾고요. 정리와 상관 있는 행동처럼 보이지만, 사실은 ‘정리를 미루는 방식’일 때가 더 많았습니다.
이상한 건, 막상 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빨리 굴러간다는 점이에요. 옷장 문을 여는 게 제일 힘들고, 일단 열고 나면 “이건 버릴까, 이건 둘까”가 그다음부터는 자동으로 이어집니다. 저는 정리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, 시작 앞에서 자꾸 얼어붙는 사람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.
그래서 요즘은 완벽한 정리 대신, ‘첫 동작’만 정해둡니다. 옷장 문을 연다. 박스 하나를 꺼낸다. 책상 위에서 교재 세 권만 한쪽으로 옮긴다. 그 정도만 해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더라고요. 정리가 끝나서가 아니라, 멈춰 있던 게 아주 조금 움직였기 때문이었겠죠.
오늘도 저는 완벽하게 정리하지는 못할 겁니다. 대신 문은 열어보려고 합니다. 정리가 아니라, 시작을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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